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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이 학교를 마치고 징검다리에 다다랐을 때 소녀는 징검다리 가운데서 꽃들을 꺽어와서 하나씩 물위에 띄워 보내고 있었습니다.
초여름 햇살이 늬엿늬엿 넘어가며 소녀의 목덜미에 내려앉아 뽀송뽀송하게 난 그녀의 솜철에서 반짝였고, 햇살은 냇물에 비쳐서 반짝였고, 물위에 어지러이 날아다니는 하루살이 떼도 햇살에 반짝여서 한가롭기만 한 초여름 풍경속에 나풀거리는 하늘색 줄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눈부시기 조차 했습니다.
소년이 징검다리를 건너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걸 아는지 모르는지 소녀는 한참동안 징검다리 가운데서 놀았습니다.
마침 읍내 면사무소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마을 이장인 면서기 아저씨가 개울을 건너려고 징검다리에 다다르자 그제서야 소녀는 일어서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 다음날인 화요일도, 그 다음날인 수요일도 소녀는 징검다리 중간에서 꽃을 띄워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마다 이장이 나타나야 겨우 소녀는 하던 것을 멈추고 일어서서 길을 내줬습니다.

목요일 이었습니다.
소년은 학교를 마치고 지름길을 질러와서 평소보다 10분정도 일찍 징검다리에 도착해서 몰래 숨어소 소녀를 살펴 봤습니다.
소녀는 평소와 달리 꽃을 띄워 내려보내지 않고 물고기를 잡으려는 듯 물을 연신 움켜잡으려 했습니다.
몇분 동안 잠시 그러더니 소녀는 어디론가 가서 꽃들을 잔뜩 꺽어와서 물위에 띄워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똑같은 행동을 비슷한 시간에 계속 반복하고 있구나'
소년은 소녀의 행동 패턴을 알 것 같았습니다. 소년은 소녀관찰을 멈추고 일어나 징검다리 옆 잔디밭에 가서 앉았습니다.
그리고 곧 이장이 도착하자 함께 징검다리를 건넜습니다.
금요일도 소년은 지름길로 질러와서 언덕뒷쪽에 숨어서 소녀의 행동을 관찰 했습니다.
역시나 소녀는 고기잡듯 물을 움켜쥐고 있었고, 잠시 어디론가 꽃을 꺽으러 가는사이 징검다리를 비웠고, 그리고 다시 징검다리로 돌아와 꽃을 띄워보내기 시작하면 소년은 관찰을 멈추고 잔디밭에 앉아서 이장을 기다렸고, 이장이 나타나면 소년은 징검다리를 건널 수 있었습니다.

월요일이 다시 시작 되었습니다.
소녀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해가 늬엿늬엿 넘어가는 시간에 징검다리로 나왔습니다. 역시나 징검다리 중간에 앉아서 물을 낚아채는 놀이를 하다가 재미가 없는지 개울 옆 도라지 밭에서 도라지 꽃이랑 밭두렁에 나있는 찔레꽃등을 두어웅큼 꺽어서 개울 징검다리로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소녀가 징검다리로 돌아오니 그새에 제일앞에 놓여진 징검다리 하나가 없어졌습니다.
이빨빠진 듯 넓어진 돌다리를 소녀는 건널 수가 없었습니다. 잠시 생각하더니 소녀는 자리에 앉아서 신발이랑 양말을 벗어서 가방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맨발로 개울을 건너가려고 하는 그때..
"어! 징검다리 하나가 없어졌네.. 물살에 쓸려내려갔나?"
마침 소년이 나타나서 개울가에 있던 큼직한 바위를 원래 징검다리가 있던 자리에 놓았습니다.
소년은 징검다리를 먼저 밟고 넘어가더니 소녀를 향해 돌아보며 "방금 막 놓은 다리라 아직 많이 흔들리니 조심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럼 내 손좀 잡아줄래?"
소녀가 손을 내밀며 하는 부탁에 소년은 소녀의 손을 꼭 잡아줬습니다.
"너 처음 보낸 애다?" 소년이 물었습니다.
"응.. 저기 건너편 배나무 밭 옆에 기와집.."
"아.. 윤초시 어른댁.."
"우리 증조할아버지야.."

그때 이장이 나타났습니다.
"늬들 사귀나? 손도 잡고 다니고.."
"아니요. 징검다리 하나가 업어져서 방금 새로 놓았어요. 돌맹이가 흔들리니 조심하세요"
소년이 대답했습니다.
"징검다리가 언제 없어졌냐?"
이장의 물음에 소녀가 징검다리에 도착했을 때부터 꽃을 꺽고온 사이에 돌맹이가 없어졌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물살에 쓸려 내려갔나봐요"
소년이 대답하자 "아니야 이정도 물살에 쓸려 내려갈 돌맹이가 아니야, 오늘 소나기도 아지 않았고.."한참을 생각하던 이장은 "범인은 이곳이 있어.." 라고 말했습니다.
"네?" 소년과 소녀는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범인은 소년 니가 알고 있어!"
그말에 소녀가 펄쩍 뛰었습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럼 제가 돌맹이를 치웠단 말씀이세요? 지금 제 발좀 보세요. 맨발이예요 맨발. 돌맹이가 없어졌길래 물속으로 들어가서 건너려고 맨발이란 말이예요. 제가 미쳤다고 돌맹이를 내손으로 치우고 맨발로 물을 건너려고 했겠어요? 물도 냄새나는것 같고 더러운데.. 누가 위에서 소키우나봐.. 거머리도 나올 것 같고"
"늬들 조용히해!"
이장은 팔짱을 끼더니 턱으로 소녀의 가방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그 속에 뭐 들어있냐?"
"신발이랑 양말이죠!"
"꺼내봐!"
"왜..왜요?"
"잠깐 확인할 게 있어"
소녀가 마지못해 가방속에서 꺼낸건 놀랍게도 젖은 양말이랑 젖은 신발이었습니다.
"너 이미 젖은 신발과 양말인데 왜 벗어서 건너려고 했지? 그리고 그 신발과 양말은 왜 젖이있지?"
그제야 소녀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소년 너는 그 사실을 설명할 수 있지? 모든걸 다 알고 있지?"
그 말에 소년도 얼굴이 빨개지며 당황해 했습니다.

"내가 어떻게 모든걸 아는지 설명해 줄까? 매일 내가 니보다 조금 늦게 징검다리에 도착했지? 그러니까 매일 나는 니뒤를 따라다니기 때문에 니가 하는 행동을 관찰 할 수가 있어! 니가 요 몇일 징검다리 옆 언덕에 숨어서 소녀를 관찰하고 있었던 것 처럼 말이야. 넌 몇일을 소녀의 패턴을 살피고 있었던 거야. 오늘도 니가 언덕에서 엎드려 소녀를 관찰하는 모습이 퇴근길 멀리서 보이더군. 아마도 너는 소녀가 징검다리를 치우고 꽃을 꺽어와서 양말을 벗는 모습을 봤을꺼야. 너도 그 행동에는 무척 놀랐겠지. 그게 소녀의 무슨 의도인지 대충 짐작 했을테고.
니가 왜 놀랐을 꺼라고 짐작할 수 있냐면, 오늘 소녀가 징검다리를 치우지 않았더라면 소녀가 꽃을 꺽으러 간 사이에 니가 징검다리를 치우려고 했을 것이거든! 맞지? 그러려고 숨어서 소녀의 행동패턴을 파악하려고 몇일을 노력했던거고.
그리고 소녀가 양말을 벗고 물속에 들어가려고 할 때 극적으로 나타나서 징검다리를 놓아준거야.
물론 그건 소녀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지.."
소년은 그 말을 듣자마자 집으로 도망가듯 달아났습니다.

그래도 이장은 울고 있는 소녀를 향해 계속 이야기 했습니다.
"나는 니가 징검다리를 치웠다는걸 처음에는 확신은 할 수 없었어. 하지만 어차피 징검다리는 비에 쓸려갈 리가 없고, 여기에 있던 사람은 너와 소년 뿐이고, 소년은 내가 계속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범임은 너밖에 없지. 만약에 징검다리를 니가 치웠다면 물속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가정을 세워서 너의 양말과 신발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지. 니가 최초에 징검다리를 치울 때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갔더라면 아마 범임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거야. 증거물이 없으니 말이지. 하지만 시뮬레이션을 간단히 해보니 맨발로 물속에 들어가서 뾰족한 자갈을 밟고 무거운 돌덩이를 들어올리기엔 발이 너무 아플꺼야. 그래서 너는 신발을 신고 물속에 들어갈 수 밖에 없었겠지. 그 때문에 확신을 가지고 니 양말과 신발을 보자고 할 수 있었지"
소녀는 울면서 달아나는 소년을 향해 돌맹이를 던졌습니다.
"바보!"

소년은 도망가고.. 소녀는 울고..
"사실 늬들의 행동이 바로 '작업'이라는 거지.. 어린노무 자슥들이 연애질은 무슺..쯧"
이장은 고삐리 연애질 훼방놓고..
Posted by 종이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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