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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나      기

 

작가  황즐거운 

 

갑작스런 소나기를 피하기위해 소년은 쌓아둔 짚단속을 파내어 공간을 만들고 소녀를 들어가게 했습니다. 소년은 입구를 향해 돌아앉아서 쏟아지는 비를 바라봤습니다. 소년의 등에서 땀냄새가 확 올라왔지만 소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습니다.
소년은 갑자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습니다. 그리고는 수줍은듯 돌아앉은채 그것을 소녀에게 건넸습니다.
"조가비 목걸이네. 너무 예쁘다. 직접 만든거야?"
"엉.."
"어떻게 만들었어? 이런 시골에서 조개껍질 구하기 쉽지 않을텐데..."
" 엉... 읍내 조개구이집에 식구들이랑 가서 먹고..."
"어머... 그럼 일종의 음식물 쓰레기....재활용? 느낌 참 다르다"
소녀는 짚단 밖으로 갑작스레 소년을 밀치고 나가며  가방에서 형광연두색 삼단자동우산을 펼쳐들고 빗속을 뚫고 걸어갔습니다.
소년은 빗속으로 희미하게 사라져가는 소녀의 뒷모습을 향해 소리쳤습니다.
 "조개껍질은 음식물쓰레기가 아냐 이 무식한년아"

 

이윽고 세차게 쏟아지는 소나기 너머로 희미하게 보이는 소녀의 모습만큼 희미한 소녀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반사 반사 이 구두쇠 미친놈아"
뜻밖의 소녀목소리에 소년은 잠시 당황했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다시 소리쳤습니다.
"뭐 너 잡히면 뒈졌어"
그리고 소년은 소녀를 잡으러 소나기 속으로 미친듯이 뛰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본 소녀는 국산 형광연두색 삼단자동우산이 뒤집힌 줄도 모른채 좁고 미끄러운 논두렁으로 도망가기 시작 했습니다.


소나기가 세차게 쏟아져서 모든게 뿌옇게 보이는 7월 어느 시골 넓고 넓은 논두렁위로 어느 소년과 소녀의 쫄딱젖은 추격전이 희미하게 시작되었습니다.

 

소년이 세찬 빗속에 논두렁으로 막 진입을 시작했을 무렵 소녀는 논두렁이 끝나고 경운기가 지나다니는 농로로 접어들었습니다.  좋은 길에서 소녀가 빠른속도로 달아나는 모습을 본 소년은 서둘러 가려다 그만 배수로 물길만들며 걷어낸 미끄러운 진흙더미를 밟고 논두렁아래로 굴러떨어져서 논에 쳐박혔습니다.

달아나던 중에도 한번씩 뒤를 돌아보던 소녀는 소년의 모습이 갑자기 사라지자 불안했지만 걸음을 늦춰서 숨을 잠시 돌렸습니다.

비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몰아치는데 최고급 국산 형광연두색 삼단자동우산은 뒤집힌채 도망다니느라 무용지물이어서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다 젖었습니다.
소녀는 가쁜숨을 몰아쉬며 젖은 신발에서 물을 빼려고 신발을 벗었습니다.
그 순간 바로앞 논가운데서 시커멓게 진흙을 뒤집어쓴 소년의 모습이 불쑥 튀어나왔습니다.
"너 잡았다 이년"
 
소년이 갑자기 소리치자 깜짝놀란 소녀는 우산을 놓쳤습니다. 마침 갑작스레 바람이 세차게 일어서  백화점 납품용 최고급 국산 형광 연두색 삼단자동우산은 바람에 훨훨날아서 짙푸른색 논밭과 어우러지는 회색 장대비속을 가로질러 멀리멀리 날아갔습니다.
그 바람에 추격전은 싱겁게 끝이 났습니다. 소녀는 더이상 도망가지 않고 소년도 더이상 쫗지않고 두사람은 멍하니 날아가는 우산을 보이지 않을때 까지 말없이 쳐다봤습니다.

 

어느새 비는 그쳤습니다.
그새 냇물은 많이불어 징검다리가 물속에 보이지 않을 만큼 한참 잠겼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끊기자 소녀는 징검다리가 있던 자리에서 소년에게 말했습니다.
"엎어!"
"뭐?"
"엎어라고..엎어져!"
"왜?"
"나를 업고 건너야지...빨리 엎어져.. 올라타게"
"내가 왜 너를 업어야 하냐"
"너 때문에 우산 날아갔잖아"
"그게 왜 나 때문이냐"
"빨리! 두말 안한다... 가서 우산 주워 오등가"
"알았어.. 알았다고.."

 

소녀는 소년의 등에 업혀서 세찬 물살을 건너갈때 무서웠는지 소년의 목을 꽉 졸랐습니다.
"아! 목! 목아파 목! 살살좀..!"
"무서워서 그래. 가서 우산 주워 오등가"
"싸이코년 아냐 이거" 소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소년이 소녀를 냇물 건너편에 내려놓자 소녀는 말없이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걸어 갔습니다.
"야 고맙단 말도 안하냐" 소년의 불만섞인 목소리에 소녀는 획 돌아서며 "너 이옷 안보이냐"
그러면서 소녀는 자신의 배에 묻어있는 진흙을 소년에게 보여줫습니다.
"이거 니가 논에 쳐박힐때 니옷에 묻었던게 방금 내옷에 다묻었잖아! 내가 이러고도 고맙단 말이 나오겠냐? 우산도 잃어버리고"
"아라써 아라써 미안해"

소녀가 획 돌아서 멀찌감치 멀어지자 소년은 혼잣말로 중얼거렸습니다
"아놔 잘못한것도 없이 옴팡지게 당한 기분이네 재수없어 미친년."

 

 

그후 몇달이 지난날 초저녁 소년이 어렴풋이 잠이드려는 찰라 윤초시네 잔치에 다녀오신 소년의 아버지가 등잔불너머 어머니에게 하는 말이 들렸습니다.
"어린것이 여간 잔망스럽지가 않아"
"왜요"
"아 글쎄 읍내 조개구이집에서 조개껍질을 모아서 목걸이를 만들어 해운대에서 기념품으로 팔아서 대박났다지 뭐야. 음식물쓰레기 치우면서 돈받고. 목걸이팔아 돈벌고. 그래서 오늘잔치도 열었다는군. 그런데 이상한건 나한테 고맙다며 특별히 소고기를 큰덩어리 하나 주지 뭐야"

 

그러자 소년은 벌떡일어나 밖으로나가 소녀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초저녁달이 촘촘하게 빛나는 별과함께 분노로 질주하는 소년을 따랐습니다.

Posted by 종이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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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까만배경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1.07.03 21:38 신고

    글 잘읽고 갑니다..닉네임이 종이사진관이라 해서 사진관련 블로거인줄 알았습니다..
    주로 상상,동화,생각들로 블로그를 채우시는분이시군요..좋은 이웃이 되길 원하며,사진전문 블로그인 제 블로그에도 자주 들려주시기 바랍니다..손가락 꾸~~욱은 기본

    • 종이사진관  댓글주소 수정/삭제 2011.07.03 21:51 신고

      저도 사진좀 찍고 다녔는데 디지탈로 바뀌면서 그만 흥미를 잃었습니다. http://www.paperstudio.co.kr/ 여기가 원래 종이사진관인데 자가현상에 관심이 많습니다.

  2. 감성호랑이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2011.07.05 10:44 신고

    캐릭터 표정이 익살스러워요-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