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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는 원래 식사동맹회원이기도 한데, 식사동맹이 뭐냐고 하면 의식이 있는 고양이들이 풍족한 음식을 가진 사람들과 살지않고, 따로 자유를 찾기위해 나와서 사는고양이들의 모임쯤이라고 할까?
개인적인 신념을 찾아서 나와살기는 하지만 사실 매끼니 식사를 제대로 챙겨먹기가 쉽지않은가봐. 그래서 식사동맹이란걸 만들어서 누가 음식을 갖다버렸는지, 자주 음식이 버려지는 장소나, 배고픈고양이에게 음식을 무료로 나눠주는 자선의식을 가진 식당주인이 누구인지에 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누나봐.

부두는 내가 태어날 때쯤 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사실 삼촌같은 고양이야. 내가 태어난지 몇개월 지나지 않아서 길을 잃고 울고있는데 그날 밤에 부두를 만난거야.
내가 부두를 만나던날 부두는 하루종일 아무것도 못먹고 있다가 밤늦게 겨우 그날 먹을 치즈양송이셀러드를 어디선가 구해서 자기의 집에서 느긋하게 먹으려고 했는데 집앞에서 울고있는 나를 만난거야.
그날 나도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배가 무척 고팠는데, 부두는 그만 자기가 먹을 셀러드를 나에게 주고는 또 하루를 굶은거지.

근데 다음날 글쎄 구청에서 길고양이랑 들개 단속을 나온거야. 내가 들개야? 들개냐고! 참나!
다행히 부두와 나는 단속나온사람들을 피해 도망을 쳤지만 그날 단속반에 많이 잡혀갔어.
그런데 더 문제는 날씨가 점점 더워져서 더이상 길가에 내놓은 음식이 상해서 먹을 수 없다는 거야.
매일매일 물만 먹고 살아야 하는데, 어느날 부두가 작은 주머니 하나를 내놓으며 말했어.
"이르고, 이거 먹어. 이거 내년봄에 화단에 심어서 기르려고 놔둔 씨앗인데, 이거라도 먹어"
부두도 이미 몇일간 아무것도 먹지 못해서 살이 많이 빠지고 뼈만 남은것 같은데 나혼자만 씨앗을 먹으라니 너희들이라면 먹을 수 있겠어?

"부두야 지금이라도 화단에 씨앗을 뿌려보자, 늦게라도 싹이 나와서 열매가 맺히면 먹을 수 있잖아?"
내가 부두에게 말했지.
그러자 부두도 그렇게 하자고 말했어.

그날 오후에 혼자 화단에 씨앗을 뿌리러 나갔는데, 세상에나..
제비가 한마리 화단에 쓰러져 있는거야. 너무 놀랐어.
다행히 제비는 죽지는 않고, 배가고파서 쓰러져 있었나봐.
그래서 너무너무 제비가 불쌍해서..씨앗을 좀 줬는데, 씨앗을 조금먹고 정신을 차린 제비는, 눈치없게도 남은 씨앗을 몽땅 다먹어버리는거 있지.. 그리고는 날아가버렸어.

그날 저녁에 난 부두에게 화단에 씨앗을 뿌리지 못하고 제비에게 몽땅 줘버린걸 어떻게 이야기 해야할지 한참을 망설이며 걱정하다가, 겨우 부두에게 사실을 이야기했어.
그러자 부두는 "괜찮아 이르고, 나라도 그렇게 불쌍한 제비에게 씨앗을 줬을 꺼야" 라고 말했어.
부두는 정말 착한 고양이 인가봐.

다음날 아침일찍 제비소리에 문밖에 나가보니, 어제 그 제비가 입에 박씨를 하나 물고있던데, 그 제비가 나를 보자 박씨를 떨어뜨려 줬어.
나는 바로 박씨를 화단에다 심고 물을 줬는데, 이런 놀라운일이 세상에 또있을까?
갑자기 땅에서 싹이 숭숭 자라더니 한시간도 안되서 커다란 박이 둥실둥실 달리는 거야.
놀라서 부두에게 달려가서 이야기 했더니 부두는 짐작이나 한듯 "음.. 그게 바로 그.. " 라고 말하더니 톱을 찾아서는 박을 하나 톱질했지.
"펑~!"박 하나가 부두의 톱질로 쩍 갈라지자..
..
..
그건 그냥 평범한 박이었어.

부두는 몹시 실망하는것 같았어. 아마도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박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야.
나머지도 다 짤라봤지만, 끝까지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어떻게 됐냐고?
박덩어리를 개나고양이는 좋아하지않아. 여름 내내 굶었어.

착한 부두가 말했어.
"야! 이르고, 다음에는 제비다리를 한번 부러뜨려 보자"
Posted by 종이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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