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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이야기를 해줄까?

내이름은 이르고야.

나는 6개월된 웰시 코기라는 종으로 여자야.. 사람들은 암컷이라고 하던데 암컷이 무슨말인지 혹시 아니?

암튼 나는 개란 말이지.. 멍멍이.

나는 고양이가 되고 싶었지만 아빠가 말씀했는데 개는 고양이가 될 수 없데.

그래도 난 고양이처럼 동그랗게 몸을 웅크리고 너도밤나무로 불을 지핀 벽난로 앞에서 하루 종일 잠도 자고 싶고, 마당에 있는 굵은 상수리나무에 뛰어올라가 따뜻한 햇볕을 쬐는 새들을 놀래게 해주고도 싶고, 베시누나가 루시에게 사다 준 종달새 털이 달린 장난감 쥐를 발로 차면서 마루를 뛰어다니며 놀고 싶어.

게으른 고양이 루시가 친구들을 만나러 나가면 가끔 루시의 장난감쥐를 발로 차면서 놀기도 하지만, 결국 입으로 장난감 쥐를 물고 흔들다가 내 입가엔 종달새 털만 잔뜩 묻어있기만 해.

난 루시처럼 빠르게 왔다 갔다 움직일 수가 없나 봐.

 

오늘은 무슨일이 있었는줄 아니?

아침부터 집안 사람들이 무슨 영문인지 시끄럽게 짐을 들고 왔다갔다하더니, 루시 밥그릇에 먹을 것을 잔뜩 붓고, 물통에도 물을 잔뜩 부어 놓는거야.

그러고는 다들 밖으로 나가 버리는거 있지..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나가고 집안이 갑자기 조용해지자, 불꺼진 벽난로 앞에 웅크리고 있던 루시가 고개를 슬며시 들어서 닫혀버린 현관문을 바라보더니 말했어.

이노무 집구석사람들 또 놀러간 모양이군, ! 이르고야 어떻 하니, 우린 또 몇일간 사료만 먹고 살아야 해

세상에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루시는 바닥에서 일어나 쇼파로 가더니 신문을 집어서 읽으면서 최근에 나온 고양이 사료가 뭔지 찾아 보기도하고, TV리모콘 으로 TV를 켜서 랭스팀과 프린스코프팀의 축구경기를 보며 축구장에서 데굴데굴 굴러가는 축구공을 보고 낄낄거리기도 했어.


오후가 되자 루시는 무척 심심해보였어.

루시는 사람들이 부어놓은 고양이 사료를 물이랑 조금 먹고 나서 햇볕이 잘 들어오는 창틀에 앉아 상수리나무에 앉아있는 쇠딱따구리를 한참동안 쳐다보다가 마루에 내려오더니, 창고에서 이젤이랑 종이를 꺼내더군.

! 이르고.. 이리와봐.. 이리와서 여기 좀 앉아있어봐

루시는 종이에 나를 연필로 그려서 그림밑에 신문을 보고 귀여운 강아지 이르고라는 글자도 적어줬어.. 꽤 근사하게 잘그려 주던데 아마도 베시누나가 글자 읽는 법이랑 그림 그리는 법을 가르쳐 줬는지도 몰라.




<루시가 그린 이르고 그림>


이틀째 되는날 루시는 나에게 TV켜는 법이랑 신문에서 어떤게 고양이 사료인지 어떤게 개사료인지 구별하는 법을 가르쳐 줬어. 그리고 루시랑 나는 홍차를 한잔씩 따뜻하게 타서 설탕을 가득넣어서 먹기도 하고, 저녁을 먹고서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

 

3일째 되는날 오후늦게 사람들이 돌아왔어.

사람들이 벽난로에 불을 피우자 루시는 벽난로 앞에서 웅크리고 잠을 자기 시작했어.

갑자기 놀기가 싫어졌나봐. 고양이들은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면서 사는지 도대체 이해를 할 수가 없어.

 

사람들은 다들 짐을 옮기고, 오랫동안 비운집을 청소하느라 바쁘게 움직이고, 혼자놀기 심심한 나는 쇼파에 누워 TV를 켜고, 신문을 보며 홍차를 마시면서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어.

 

그리고 난 쫒겨났어.

사람들이랑 고양이는 도대체 무슨생각을 하면서 사는거야?

내가 왜 쫒겨났는지 누구 대답해줄 수 있어?

Posted by 종이사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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